언니가 고국 방문 차 가며 맡긴 미미. 두 달간 곰살맞은 동거가 이번 일요일이면 끝난다. 작년에도 나와 잘 지내고 갔다. 삼년 전 한국에 간 사이 먼저 강아지가 카요테에게 물려간 이후, 언니 마음을 달래라고 똑 같은 초콜렛 푸들을 사 주었다.
초콜렛 푸들은 강아지 분양으로 유명한 우리 리틀락에서도 구하기 힘든 종류다. 게다가 5파운드 미만짜리를 찾기는 더욱 어렵다. 마침 랭카스터에서 강아지가 나왔다길래 만사 재치고 달려갔다.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소매상에서 사면 거의 $1000에 가깝지만 $500에 사 왔다. 전문 장사가 아님에도 페이퍼가 정확하고 강아지를 무척 사랑하는 주인이라 믿음이 갔다. 애기 때는 모르니까 가끔 성견이 되어도 5파운드 미만짜리라며 속여 파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 때 쯤 되면 이미 정이 들어 도로 물리는 사람은 없다.
지금 세 살이 된 미미는 언니의 우울증을 말끔히 씻어 주었다. 반려견이란 미미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싹싹하고 영리하고 또 때로는 확인을 해야 할 정도로 조용하다. 따라 나서야 될 시간과 집에 남아 기다려야할 시간도 정확히 알고 있다.
언니는 새 집으로 옮길 때에도 늘 미미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 일전에는 $1500이나 들여서 안전망을 하고 놀이터를 만들어 주더니, 이번에는 아예 강아지 하고 같이 놀 수 있는 공원 곁으로 이사를 갔다. 막 이사를 끝낸 뒤 한국을 간 것이다. 이제 언니가 한국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새 집에서 신나게 놀 일만 남았다.
그런데 아뿔사! 미미를 잃어버렸다. 화재경보기가 울려 잠깐 부엌문을 열어두고 난리 치는 사이, 나가 버린 것이다. 언니한테는 말도 못하고 연 사흘, 미미를 찾아 헤맸다. 마음이 절망 쪽으로 기울 때에야, 언니에게 사실직고 했다.
사실 실날 같은 희망이 없었으면, 언니가 편안하게 쉬고 오도록 연락을 하지 않았을 터이다. 미미 목에 있는 목걸이에 언니 연락처가 있으니, 천사 같은 사람을 만나면 혹시 전화가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밤 열 한 시 사십오 분,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누군가 keep하고 있다며 전화번호를 전해 주었다. 하룻밤을 어떻게 더 지새나. 나는 즉시 텍스트 메시지를 날렸다. 그 쪽에서도 미미가 너무 sweet하다며 사진까지 보내 왔다. 마침 길 건너편 어느 집이다. 체면 불구하고, 지금 만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시간은 밤 열 두 시 이십오 분. 오케이! 저쪽에서도 흔쾌히 대답한다. 정말 천사다. $100을 들고 총알같이 뛰어 나갔다.
오 분이 왜 그리도 긴지. 드디어 길 건너편 stop 사인 앞에 청년과 함께 미미가 섰다. 바로 달려가 미미를 안고 오고 싶었다. 그러나 크렌샤는 한밤중에도 차량이 빈번한 곳. 반가움과 설렘을 지긋이 누르고 길 저편을 응시한다.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난다 한들 이토록 반가울까. 드디어 신호등이 바뀌고 우리는 감격의 재회를 했다. 미미는 멀리 가지 않았다. 집 근처에서 정문과 부엌을 오가며 방황하고 있었던 거다. 앞문은 잠겨 있고 부엌문도 이미 잠겨 있었기에 미미는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미미! 고마워, 멀리 가지 않아서...... ”
돌봐준 사람보다 미미가 더 고마웠다. 천사 같은 사람을 만나거나, 전생에 우리가 얽혀있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그 기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죽음 이후의 부활처럼 딱 삼일만에. 이건 정말 기적이다. 기적은 언제나 일어나기 위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때에 따라 이루어지는 시간이 길고 짧을 뿐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미미를 보고 또 본다. 이제 미미가 제 원 주인을 따라 가 버리면 허전해서 어떡하지? 말 그대로, 개 하고 드는 정은 진짜 ‘개 같은 정’이다.
“미미, 잘 가! 또 혼돌림 시키지 말고, 오케이?”
그녀 이름은 미미. 참으로 귀여운 강아지요 사랑스런 이름이다.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마다 짖어 밤잠을 설쳤는데, 이젠 그 소리마저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