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같은 .
거기엔 같은 강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강물엔 세월이 함께 흐릅니다.
소금 같은 눈물도 따라 흐릅니다.
주름살 골골이 많은 얘기도 지니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머리를 쓰다듬어 있고 누군가의 뺨을 때릴 수도 있는 .
선과 악이 공존하는 손의 안과 .
우리는 양면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누구도 선할 수만 없고, 누구도 악할 수만은 없는 우리의 삶입니다.
생활이......
, 푸쉬킨의 얘기처럼 생활이 우리를 속이기 때문입니다
선박 기계를 장인처럼 다루던 아버지가 타인의 기계 오작으로 손가락 마디를 잃었습니다
고단한 삶이 상실입니다.
병원에 입원하셨던 아버지는 우리들 이름을 부르며 크게 우셨다고 합니다
아픔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우셨습니다.
아버지의 깊은 슬픔을 가슴으로 느끼던 ,
태평양 쪽에 살던 우리 셋도 함께 울었습니다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귀가하실 때에는 언제나 먹거리를 들고 오시어 우리 육남매를 깨우시던 아버지.
해가 기우는 감상 때문일까요?
갑자기, 손을 보다 손가락 마디가 잘려 나간 아버지의 손을 떠올린 걸까요.
손을 씻다가 마디가 굵고 주름살 투성이인 손을 내려다 보게 되었습니다
굵은 마디에 사막처럼 깡말라 버린 껍질 위로 푸른 정맥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손목을 돌려보니, 강가 오막살이 채처럼 맥박이 홀로 팔딱팔딱 뛰고 있는 보였습니다
중지를 맥박 위에 가만히 올려 놓았습니다.
팔딱팔딱

초침처럼 정확히 팔딱이는 맥박이 손끝을 타고 심장까지 전해 왔습니다.

생명이……

, 아직도 목숨이 살아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눈으로도 보이고 손끝으로도 감지대는이 명확한 생명의 증거.

가녀린 맥박이 "당신은 아직 살아 있소"하고 힘차게 말해 주는 듯해 감동스러웠습니다.
어제 떠난 사람이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오늘.
오늘이 아직도 제게 있음을 확연히 알려주는 귀한 맥박.
열심히 살아온 , 수고하며 살아온 .
불끈불끈 굽이치며 흐르는 같은 푸른 정맥과 곁에 외딴 오막살이 채처럼 앉아 팔딱이고 있는  박을 보자, 왠지 울컥해졌습니다.
이들의 수고가 끝나는 , 나의 삶도 끝나겠지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삶에 끝까지 동행해 동반자들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연민도 들었습니다.
당연하다고 느껴온 손의 수고가 오늘따라 이다지도 가느다란 현의 울림으로 가슴을 흔드는 것일까요.
문득, 목숨의 지탱을 위해 이토록 충실히 일해 손을 칭찬해 주고 싶었습니다.
손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평생 처음으로 꾸며준 손의 호사입나다.
자랄 틈이 없었던 짧은 손톱에 익스텐숀 팁도 붙이고, 하드 젤로 단단히 덮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포인세치아 빨강으로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혔습니다.

내친 김에, 약지엔 포인트로 디자인까지 넣었습니다
작은 투명 크리스탈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심장엔 금빛 찬란한 하나를 훈장처럼 박았습니다.
완벽한 크리스마스 손톱으로 변신했습니다.
할머니 손이 귀부인 손으로 거듭 났습니다.
불인들 대수겠습니까.
깊숙이 넣어두었던 진홍색 산호반지도 함께 끼어 봅니다.
손목에도 직접 만든 산호팔찌로 멋을 봅니다.
드디어 손이 웃었습니다
논두렁밭두렁 같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활짝 웃었습니다.
같은 푸른 강물 속으로 세월이 흘러갑니다
속엔 생활이, 소금 같은 눈물로 녹아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아버지의 손마디도 구순의 주름살과 함께 일렁이며 흘러갑니다.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수고해 손을 다시 내려다 봅니다.

열심히 살아온 손아, 고맙다. 수고했다.

마음으로부터의 감사를 전하며 손을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