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가게로 걸어오는 출근 길에 첫번 째  환한 미소를 만났다. 자전거 가게 옆 ㄱ 자 공간에 영화 촬영 세팅을 하는지, 많은 장비와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널브러져 있는 장비로 인해 가는 길이 막혀 약간 방해를 받고 있던 와중에 만난 미소였다. 그녀는 무겁고 긴 장비를 가슴에 안고 걸어오던 중이었고, 나는 반대 방향에서 가방과 랩탑을 들고 가던 중이었다.
  그녀와 내가 가까운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자, 환한 미소를 내게 보내왔다. 너무나 아름답고 따뜻한 미소였다. 가는 길을 막아서 미안하다는 뜻도 포함된 친절한 미소였다. 나도 모르게 그녀보다 더 큰 미소가 나와 기분좋게 날렸다. 그 뿐이었다. 우리는 한 마디 말도 없이 각자 반대 방향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왠 일인가. 조금 전의 내 발걸음은 그렇게도  무거웠는데, 갑자기 내 발끝에 날개를 단 듯 가볍다. 또박또박 걸어오던 내 걸음이 사뿐사뿐으로 바뀐 건 한 순간이었다. 한 개의 미소가 준 이 아침의 선물이었다. 그녀가 준 미소의 여운으로 가게에 도착한 내 얼굴에도 여전히 미소가 남아 있었다.
   "Good Morning!"
   일터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내 아침 인사도 여늬 때보다 훨씬 경쾌한 하이 톤이다. 내 인사를 받는 친구들도 환한 미소로 반가이 나를 맞이한다.
  "Sunny, you are so beautiful!"
  "Oh, Thank you! It's not a joke. Huh!?"
   나도 모르게 농담이 절로 나온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내 손에도 날개가 달렸는지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인다. 괜히 즐겁고 흥겹다. 시작부터가 기분 좋은 아침이다. 과연, 오늘은 몇 개의 미소를 만날 것인지, 또 몇 개의 칭찬 말을 들을 것인지 기대가 크다.
  하루 평균 10개의 미소와 최소한 10개의 기분 좋은 칭찬을 듣는다. 하루는 너무 많아서 적어보니, 그 날 내가 들은 칭찬 말이 열 일곱 개나 됐다. 왔다 간 손님 뿐만 아니라, 함께 일 하는 외국 동료들로부터 들은 덕담을 다 합한 숫자였다. 세상에! 환갑, 진갑 다 넘은 쪼그랑 할머니가 뭐가 그리 예쁜지, 예쁘다는 말은 기본이요 달콤하다는 말도 빠지지 않고 듣는 말이다.
  그 중에 제일 듣기 좋은 말은 " You are so attractive!"다. 내가 매력적이라고? 그럴 때면 난 으례 댕큐보다 "Are you sure?" 혹은 “Stop Playing!”하고 깔깔대고 웃는다.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옷을 예쁘게 입은 것도 아니고, 지성과 미모를 한 몸에 지닌것도 아니고, 은근한 미소를 띠며 모나리자 같은 멋을 풍기는 것도 아니다. 외려, 목젓이 다 보이도록 크게 웃는 이 말괄량이에게 어찌 저리 상찬의 말을 해 주나 싶다.
  손님들은 내 큰 웃음 소리도 기분 좋게 만든다며 하하거리고 같이 웃는다. 오래 전, 글 공부하던 중 그렇게 크게 웃었다가 경박스럽다고 어른(?)으로부터 호되게 혼나고 쥐구멍을 찾고 싶었던 그 웃음 소리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지나치다할 정도로 미소와 칭찬에 후하다. 습관에서 나오는 미소든,  립서비스 차원에서 나오는 말이든 하루를 미소와 칭찬 속에서 보내는 건 여간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손님이 몰려올 시간이 아니라, 잠시 짬을 내어 환한 미소의 그녀를 만나러 갔다. 너의 미소로 하루를 이렇게  행복하게 열 수 있어 고맙다며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 촬영 세트 준비 중이라고 생각 했던 곳엔 MAZDA 차 회사 홍보 부스가 차려져 있었다.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대대적인 홍보활동 기간이란다. 셑업을 끝낸 모든 직원은 떠나고, 스티브란 이름의 홍보 담당자만 혼자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에 카카오 스토리에라도 남기고 싶어 사진 몇 장을 찍은 뒤 돌아섰다.
  하지만, 환한 미소로 아침을 여는 오늘은 귀한 나날속에서도  특별히 행복한 날이다. 미소 하나의 행복. 작은 듯 하나,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었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