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면>
내게 있어 수필은 '숨은 그림 찾기'이다.
자연이나 사물을 눈 여겨 보노라면 어느 새 숨겨져 있던 아름다움이 동그마니 눈 뜨고 말을 걸어온다.
아름다움이란, 기실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어느 시인의 말처럼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오면서 볼 때가 있고, 어제 못 본 꽃 오늘 볼 때가 있다.
때로는, 무생물조차 말을 걸어오곤 한다.
마치 십년지기를 만난 듯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새 한 편의 수필이 탄생한다.
무생물과 나누는 대화는 사색수필이 되고, 한 사람의 삶을 엿보고 쓴 글은 꽁트식 수필이 된다.
맑되, 증류수가 아니라 철분과 마그네슘이 녹아있는 우물물 같은 마음으로 수필 앞에 정좌한다.
이런 마음으로 쓰는 수필은 누군가를 향한 나의 연서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숨은 그림'속의 아름다움을 찾아 애정어린 눈으로 세상을 리서치한다.
<주제면>
내게 있어 수필은 '님에게 띄우는 연서'다.
오늘은 슬펐어요, 기뻤어요,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네요.
이렇게 수다를 떨면, 그대는 함께 슬퍼하고 웃어주고 짐짓 화들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떠 주실 거죠?
왜 이다지도 그대가 그립지요?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 불어 옛날이 더욱 생각나네요.
그러면, 그대는 깊숙한 눈매로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읽어내실 거죠?
턱 밑에 앉아 조잘거리고 싶고, 사랑하듯 속삭이고 싶고, 때로는 투정도 하고 싶어 나는 님에게 연서를 띄운다.
이런 습성은 아마도 내 사랑을 잃고 난 뒤부터 생긴 외로운 사랑놀음인지도 모른다.
신변잡기면 어떻고, 경수필이면 어떠랴. 다만, 필력이 문제일 뿐.
나는 홀로 노는 아이처럼 내 그림자랑 오래 사랑놀음을 할 것 같다.
높은 구두를 버리고 낮은 신발을 찾아 신듯 이젠 좀 편한 마음으로 내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