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일요일.

올해 들어 첫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오늘도 가실 듯 오실 듯하면서도 계속 내린다.

거리도 마음도 온통 오는 비에 젖는다.

오늘은 핑계김에 마라톤 연습도 가지 않고 이불 속에 폭 파묻혀 빗소리를 듣는다.

평온하다.

밀린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카톡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중에 내 눈을 붙잡는 사진 한 장.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초록 톤이다.

전체 톤이 연초록 파스텔 톤인걸로 봐서 봄날인 듯하다.

봄날치고는, 바람이 제법 세게 부나 보다.

봄비가 바람에 날려 사선을 그으며 내리고 있다.

빗 속에서 함께 비를 맞고 있는 나무들은 단순한 선으로 처리되어 마치 창문 밖 풍경처럼 실루엣으로 보인다.

그 속에 두 남녀가 있다.

치맛자락 바람에 날리며 우산을 쓰고 오는 그녀는 긴 머리 소녀인지 아가씨인지 분명친 않다.

옷을 보면 여고 교복 같은데 풀어헤친 긴 머리는 아가씨같다.

아무려나.

그녀 앞엔 한 청년이 비를 맞고 '붙박이처럼' 서 있다.

반가이 달려와 맞지 않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그녀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이 청년.

다분히 자기 중심적인 남자로 보인다.

사랑도 자기 위주로 끌어나갈 것만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랑스런 그녀에겐 그의 존재만 반가울 뿐,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버팅기고 있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말했지만, 사랑은 자기를 꺾어 그대에게 기우는 것이다.

한 쪽이라도 버팅기게 되면, 예쁜 하트를 만들기 힘들어진다.

'봄 비 속에 만난 사람 봄비 되어 떠나가네'하는 노래 가사처럼 두 사람의 이별이 예감된다.

아니면, 내 예감이 빗나갈 수도 있다.

인생에 가정법은 없지만, 변수라는 것은 있으니까.

사진을 보며 벗님네들은 어떤 스토리가 떠오르는지?

이렇게 비가 오고 출출한 날은 우리 모두가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소설이나 시 한 편 써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창밖엔 여전히 싯귀같은 빗줄기가 빗금을 긋고, 빗방울은 방울방울 창문을 타고 내리며 소설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