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둘째 주 토요일.  '영우회' 모임이 있는 날이다.

'영우회'는 영원한 벗이란 뜻으로 성당에서 비슷한 연령배끼리 만든 남자들의 정클럽이다.

우리 여자들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그저 따라가 주는 셈이다.

주로 술자리를 벌이기 때문에 나는 정말 가기 싫은 모임이다.

내가 무슨 0번 아가씨라고 이런 자리에 몇 시간이나 앉아 있어야 하나 싶다.

신앙인으로서도 그렇고, 정클럽으로서도 그렇고, 마음의 온기를  느낄 수가 없다.

게다가, 담소의 즐거움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마저 없다.

 

언젠가  멕시코 쿠루즈 여행을 갔을 때도 남자들은 술판, 여자들은 밤 한 시까지 카지노판이었다.

선장이 초청하는 선상파티에도 성장을 하고 나온 여자들은 딱 두 사람밖에 없었다.

옷 차려 입고 나간 우리가 더 부끄러웠다.

마침, 교육학 박사 송박사님이 회의실을 예약해 놓고 쿠루즈 여행 마지막날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어디를 가나, '남학생' 따로 '여학생' 따로 노니 보기가 딱했던 모양이다.

주제는 '다시 태어나도 나는 나의 배우자와 결혼할 것인가?'였다.

다소 유치한 주제지만, 그런 거라도 얘기해 보자고 처음으로 한 방에 모였다.

남자들은 대부분 '한다'로 모아지고, 여자들은 대부분 '안 한다'로 모아졌다.

물론, 나도 '안 한다'였다. 나는 정말 술 마시는 사람은 질색이다.

한 두 잔 멋있게 마신다면 누가 말하리. 그야말로 '풍류'를 즐기라는 말씀.

그러나 술 조절이 그리도 어려운가 보다.

열 명 중에 회원 두 명이 벌써 암으로 죽었다.

뜨끔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술 하고는 상관 없다나.

얼마전에 기사까지 났더구만. 상관 있다고.

 

오늘 모임도 여느때나 마찬가지로 남자들은 여자들과 등 돌린 채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다.

자기들은 즐거운 모양이다. 벌써 10년 째다.

여전히 영양가 없는 이야기 주거니받거니. 그동안 서 너 시간이 흘러갔다.

가급적이면, 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돈 쓰고, 시간 낭비하고, 기분 나쁘고. 이게 무슨 꼴이람.

차라리, 술 안 마시는 '교회'로 가고 싶다. 물론 남편이야 펄쩍 뛰겠지.

남자들은 여자에게 사랑 받기를 원하면서도 왜 여자가 싫어하는 일들은 계속 하는지.

내가 너무 과잉 반응을 하는 건가?

자기네들 항의처럼,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건 우정을 끊는 행위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