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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겨울밤이었다. 팔려간 송아지가 보고 싶어서 엄마소는 낮부터 먼 산을 바라보며, 외양간이 울리도록 소리 내어 울었다.

“엄마! 송아지 어디로 갔어?”

“고개 너머 동네로 팔려갔지.”

“엄마소가 보고 싶어 송아지도 울겠다.”

내 말에 엄마는 웃기만 하셨다. 벽에 걸린 괘종시계가 열한 번을 울렸다. 엄마소는 울다 목이 쉬어 컥컥하고 기침을 했다.

“엄마! 어른도 우는 거야.”

“그럼, 슬플 때는 어른도 우는 거지.”

엄마는 나지막이 코를 골고 있었다. 나는 엄마 곁에 붙어 잠을 청했다. 잠은 오지 않고 팔려간 송아지 생각에 눈만 말똥거렸다.

창호지 문은 밤바람에 덜커덩거리고, 감나무 그림자가 귀신처럼 창문에 어른거렸다. 움직이는 그림자도 무섭고 송아지도 보고 싶어서 나는 작은 소리로 울었다. 엄마가 내 어깨를 흔들었다.

“울지 마라. 무서운 꿈꾸었니?”

“아니요.”

엄마는 내 가슴을 토닥여 주었다.

“송아지가 생각나서 그러니?”

나는 어둠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는 이 한밤에 눈이 내리는지 사각 사각 하는 소리가 베갯머리에 들려 왔다. 송아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 눈사람 만들 것을 생각하고, 눈을 감은 채 혼자 웃었다. 엄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엄마는 학교에서 내가 배워온 동요를 언제나 자장가로 불러 주었다.

 

     토끼야, 토끼야, 산 속의 토끼야

     겨울이 오며는 무얼 먹고 사느냐.

     흰 눈이 내리면 무얼 먹고 사느냐.

     겨울이 와도 걱정이 없단다.

     엄마가 아빠가 여름 동안 모아 놓은

     맛있는 먹이가 얼마든지 있단다.

 

 어머니! 꿈에 엄마소는 아직도 쉰 목소리로 울고 있었어요. 송아지 생각이 나 잠에서 깨어보니 눈이 내리고 있네요. 어머니 제 걱정은 마세요. 여러 해 동안 저를 괴롭히던 심장병은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가슴 아프지 않아요.  엄마소처럼 먼 산을 바라보며 슬퍼하지 마세요. 생각나시지요.  오늘 새벽처럼 그 날도 눈이 많이 내렸어요.  아마 그 때가 제가 초등학교 일학년 때쯤이였지요. 그 시절 어머니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으며 살며시 혼자 웃곤 하셨지요.  일전에 고향집에 들렀더니 그 오래된 거울이 보이지 않더이다.  그날밤처럼 함박눈이 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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