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카피탄 바닷가에서 잠시 해변의 여인이 된다.
"파도는 어디서 오나... 어디로 사라져 가나....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져 가고... "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옛날 흥얼거렸던 노래를 다시 불러본다.
'사라져간다'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어 조금은 날 쓸쓸하고 외롭게 만들던 노래.
노래 제목도 가사도 파도에 쓸려가 멜로디만 간간이 떠오른다.
세월의 무상함이여.
모래밭에 쓴 이름들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기억마저 가물가물하다.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낭만에 초 치는 소리.'
" 에이! 오늘 아침에는 도미가 한 마리도 안 걸리네!"
매운탕 끓일 준비나 하라며 큰 소리 뻥뻥 치던 남자들의 푸념이다.
맞아, 바닷가에 와서도 아침부터 매운탕에 술 한 잔만 찾는 남자들이 여인네의 감성을 알면 얼마나 알랴.
현실과 비현실 사이,
낭만적 감성은 다시 흰거품이 되어 파도에 쓸려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입에서는 절로 노래가 나온다.
"우, 우우, 우우, 우, 우우, 우우우... 못 다한 꿈을 다시 채우려... 다시 올 파도와 같이 될거나..."
대학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밀려오는 파도소리에'를 흥얼거리며 발길을 돌린다.
(성당 교우들과 함께 온 엘 카피탄 캠프장에서)
* 2년 전 스토리인데, 엘 카피탄 바닷가의 아름다운 사진이 다 사라져 남아 있는 개인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도미 잡아 온다고 남자분들 큰소리 뻥뻥 치길래 앞치마 입고 매운탕 끓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건만....... 그것도 추억이겠죠?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낭만적 캠핑 장소입니다. (카카오 스토리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