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일요일. 드디어, 명코치 피터 김 선생을 모시고 마라톤 교실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5주에 걸쳐 진행될 마라톤 교실은 제 15기가 되며, 매주 이론과 실제가 겸비된 알찬 주제로  진행된다.  
  첫째 주 강의인 '달리기 올바른 자세및 요령'을 시작으로 '장비 구입과 관리' '부상 예방및 치료' '건강한 식생활' '달림이의 피부 관리'란 제목으로 피터 김 코치의 명강의와 초대 강사의 특강으로 이어진다.
  작년 이 맘 때, 러너스 클럽 마라톤 교실에 조인을 했다. 정확한 날짜는 4월 5일. 식목일이라 잊지 않고 있다. 내 몸에도 새로운 각오와 새로운 기운을 심자는 마음으로 마음끈을 조여맸던 기억이 난다.
  사십 년이나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내 몸을 꼭두새벽에 일으켜 뛰게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싫은 내색 없이 픽업해 주신 서상호 코치님과 '몸이 말을 해줄 겁니다'하며 격려해준 선배들의 배려로 오늘까지 용케 따라올 수 있었다.
  땅만 정직한 게 아니라, 우리 몸도 매우 정직하다는 것을 달리면서 배웠다. 심은 만큼 거둔다는 말은 운동에서도 진리다.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농작에도 과학적인 영농기술이 필요하듯, 달리기 연습도 요령이 필요하다. 부상을 방지하고 효과적인 달리기를 하기 위하여 마라톤 교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좋으니까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여는 마라톤 교실에 보다 많은 사람이 와서 달리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한다.
  1마일도 못달려 헉헉대던 내가, 어느새 하프 마라톤을 끝내고 풀 마라톤에 도전할 마음의 차비를 하고 있다. 분명히, 한번은 풀마라톤에 도전하리라 다짐한다. 내가 소개하여 데리고 온 유망주 쥴리도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마라톤 교실을 잘 끝내어 런클의 자랑이 되었으면 한다.
  어떤 일이든, 해야할 이유는 한 가진데 하지 않아야할 이유는 아홉 가지나 된다. 그만큼, 자신을 위한 변명을 만들기 쉽고 게으른 자신에게 합당한 이유를 주기 위한 유혹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승자가 되려면, 아홉 가지의 유혹을 쫓고 해야할 오직 한 가지의 이유로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오늘도 길은 곳곳에 열려 있고, 가슴을 열어 밟고 가라 이른다. 때로 산 사잇길을 달릴 때면, 마치 어머니 가슴을 밟고 가는 듯하여 송구스러울 때도 있다. 봉긋한 두 산의 모습이 어머니 젖무덤 같은 연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힘차게 딛던 발걸음에 슬쩍 힘을 빼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날들을 나는 어머니 가슴을 밟고 왔나, 그 때마다 어머닌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고 잠깐 어머니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이젠 내가 아이에게 가슴을 열어줄 차례다. 다시 앞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실리고 속도가 붙는다. 타닥타닥. 강약강약. 칙칙폭폭. 박자를 맞추며 리드미칼하게 달리는 내 마음이 즐겁다. 새들도 노래하며 함께 춤춘다. 그래,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나는 달린다. 행복이 가슴으로 밀려들면서 뿌듯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주름살 투성이지만, 이때만큼은 그러거나 말거나 괴이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약골보다 건강 미인이 진정한 미인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썩 괜찮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그러니, 어찌 달리지 않을까 보냐. 남북통일의 염원을 안고 LA 산타 모니카 비치에서 출발하여 지금도 뉴욕을 향해 낯선 길을 달리고 있을 강명구 러너. 그 분  말씀처럼 길과 함께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보자.
  혼자 달리는 길일망정, 외로운 길만은 아니다. 머리 위에선 달과 별, 구름과 푸른 하늘이 벗해 주고 옆에선 따라오라고 따라가마고 강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달린다. 그리고 앞에선 빨리 오라며 산들이 손짓한다. 뿐인가. 새들은 이 가지 저 가지로 포롱포롱 날며  아름다운 노래까지 불러주지 않는가.
 펀 런이다. 자기 속도대로 과한 욕심을 재우고 뛰다 보면, 내 몸이 알아서 편히 뛰어주리라. 속도는 낼 수 있을 때 내도 늦지 않으리. 워밍업 하듯 천천히 뛴다. 선두 그룹이 속도를 내며 멀어져 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마일 당 12분, 내 속도대로 달린다. 숲도 보고 나무도 보고, 그 위에 펼쳐진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본다. 가끔, 붉은 기운을 뿜으며 동터오는 새벽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기도 한다. 비기너면  어떻고 좀 늦으면 어떤가. 마라톤은 결국 장거리 경주다. 아름다운 완주를 위해선 후반에 더 힘을 줄 일이다.
  우리가 걸어 왔고, 앞으로 걸어야할 인생길도 똑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시작이 반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모든 러너들이여, 오늘도 힘차게 달리자. 모두 모두  화이팅! 우리의 후반 인생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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