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일요일. 대망의 LA 마라톤 시합이 있는 날, 새벽 네 시에 집을 나섰다. 오늘은 선수가 아니라, 뛰는 선수를 위한 봉사자로 나서는 길이다. 폭염이 예상된다는 일기 예보로 출발 시간을 삼십 분 앞당긴다고 해서 우리도 삼십 분 앞당겨 모였다.
  LA 마라톤은 하프가 없고 풀 마라톤만 있다. 우리 팀에서는 여덟 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모두들 상기한 표정들로 모여 들었다. 연습은 충분히 했지만, 출발 전의 불안과 흥분은 너나없이 마찬가진 듯하다. 봉사자인 우리들도 설레이긴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출발지인 다저스 스타디움으로 가고 우리는 18마일 지점에 와서 진을 쳤다. 누가 찾아 놨는지 완전히 명당자리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언덕을 힘겹게 올라오면 우리 봉사자가 바로 보이는 곳이다. 게다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우리 봉사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화장실도 가까이에 맥도날드 화장실이 있어 금상첨화다.
  자, 준비는 끝났다. 드링크와 과일, 얼음 주머니, 바셀린, 스프레이 등 경험 많은 윤정숙님의 능숙한 솜씨에 모두 있을 자리를 찾았다. 조금 떨어진 곳엔 고등학생 봉사자들이 줄줄이 컵에 물을 담아 진열해 두었다. 어둑어둑한 거리에 네온싸인 불빛이 명멸하고 길은 가슴을 열고 러너들을 기다리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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