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나의 과거-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새로울 텐데, 벌써 내가 고등학생이구나 하는 생각에 겁부터 납니다. 지금은 조금 성숙해지고 철도 들었지만, 저는 가끔 과거를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이 있지만, 그중에 제 기억에 남는 일 하나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음악이라고 생각하신 우리 부모님께서는 형과 저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셨습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으나, 곧 바이엘을 띠고 시간이 흘러 체르니, 하농, 소나티네 등등 어려운 피아노곡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 흥미가 시들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형 학원비와 저의 학원비를 합친 13만 원을 주셨습니다. 피아노 학원에 갈 시간이 된 우리는 피아노 학원이 너무도 가기 싫었습니다. 그때 마침,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피시방이었습니다. 그때 당시, 게임에 맛을 들였었던 저는 학원비를 쓰자고 형을 꼬드겼습니다. 형은 죽어도 안된다고 하며, 만약 써도 학원비는 다시 어떻게 채울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약간 머리가 비상했던 것 같습니다. 전 형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교내 백일장대회에서 1등을 하면 10만 원을 주니 열심히 글을 써서 1등을 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상금 10만 원을 받아 학원비를 채우자고 말하였습니다. 형은 저의 꼬드김에 넘어갔습니다. 즉시 우리 형제는 학원 바로 앞에 있는 피시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학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똑똑했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처음으로 총 게임을 해봤습니다. 절대로 멈출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다 너무 늦어 집으로 허겁지겁 뛰어갔습니다. 역시 양심은 찔렸나 봅니다. 부모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였습니다. 혹시라도 들통 날까 봐 학원에 애들이 너무 많아서 줄을 계속 섰다고 그래서 발이 아프다고 계속 중얼거렸습니다. 부모님은 믿어주시며, 맛있는 저녁 밥상을 차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습니다. 부모님께 들통이 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들통이 났는지는 지금은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때 실망하시던 부모님의 얼굴은 생생하게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때 어떻게 하면 아들의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게 할 수 있을까 라며 상심하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아버지는 비디오를 틀어주셨습니다. 제 또래의 미얀마 소녀가 돌을 깨고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그 아이는 한쪽 눈을 잃은 채 돌을 깨고 있었습니다. 단지 아버지가 빚진 8만 원 때문에, 그런 고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온종일 돌을 깨며 30~40원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우리가 돈을 가지고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을 때, 이 소녀는 열심히 돌을 깨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몇십 원 벌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때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않겠다. 그리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말입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저는 6학년이 되었고, 부모님께서 저에게 드럼을 배우라고 하셨습니다. 드럼을 배우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사실 빼먹고 싶기도 하고, 피곤할 때는 너무도 가기 싫었습니다. 중간에 빠지고 친구들이랑 놀고도 싶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과거에 저에게 있었던 피아노 사건의 일을 생각했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힘든 극기훈련을 갔다 왔지만, 그날 역시 드럼학원은 저에게 빼먹을 수 없는 학원이었습니다. 꾸준히 노력한 결과, 저는 교회 드럼 반주자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드럼을 칠 때마다 많은 사람이 은혜를 받는 모습을 보고 저는 정말로 보람스러웠습니다. 실력 또한 나날이 늘어갔습니다. 아버지께서 보여주셨던 그 비디오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했던 드럼이 이렇게 유종의 미를 거두었던 것입니다.
 
 이제 고1이 된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과거입니다. 우리 온 가족이 모여 대화를 나눌 때, 가끔 저의 16세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웃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지난 일이어서, 웃으며 넘어가지만, 과거를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런 과거가 싫지만은 않습니다. 과거를 통해 조금이나마 지금의 성숙한 모습이 되어있지 않나 합니다. 경험으로 인해 유종의 미를 거뒀던 것처럼, 이제 다가오는 고등학교 생활 3년을 이 경험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한다면, 제가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