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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학생이 ‘닭살’이 영어로 무어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엉겁결에 chicken skin이라고 했다. 얼마 후 노트에 적어 놓은 chicken skin을 보고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하 ‘닭껍질이구나!’했다한다. 지어낸 우스갯소리지만 이런 웃지 못 할 일이 실제로 벌어진 적이 있다.
  

   서울에 이화동이라고 있다. 아주 오래전 정부에서 한글 전용운동이 한창일 무렵 이 동네 이름을 우리말로 ‘배나무골’이라 하자고 했다. 얼핏 한자를 보면 ‘이화’가 배나무 꽃이니 배나무와 관련이 있어 보이나 실상 이 곳은 배나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동네이다.
   옛날에 그 동네는 숲이 우거진 산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넘나들 때 가끔 나타나는 호랑이의 피해 때문에 사람들은 홀로 넘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산 어귀에 모여 기다렸다가 백여 명 정도가 되면 무리를 지어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그 언덕을 넘어 간 것을 연유로 ‘백고개’라 한 것이 배오개로 되었다가 일제 때 그 뜻이 와전되어 이화동으로 되었다 한다. 안일하고 무성의한 추측의 사고가 빗어내는 결과였다. 마치 닭살이 닭껍질로 바뀌었듯이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세계 곳곳의 지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장소에는 숨어 있는 삶의 숨소리가 전설로 그리고 삶의 현장이 역사로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병자호란 때 오랑캐의 침략으로 여인들의 정절이 더렵혀졌다. 운이 좋아 피난을 하여 화를 면한 사람들은 더렵혀진 여인들에게 자결할 것을 주장했다. 억울하게도 수많은 여인들이 죽어야 할 판이었다.
   그러자 임금님은 북한산 계곡에 가서 더러워진 곳을 씻으면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고 선포하였다.운이 나빠 적들에게 짓밟힌 수많은 여인들은 달도 안 뜬 한 밤중에 북한산 계곡 맑은 물에 가서 씻음으로써 구제를 받고 임금님의 은혜에 감사해 했다.
   그 때부터 그 북한산 계곡을 ‘넓게 구제하였다’ 하여 홍제동이라 이름 짓고, 그 옆 마을은 ‘임금의 은혜가 넓다’하여 홍은동이라 부르게 되어 지금도 서울 서대문구 불광동 가는 길목에 남아 있다.  
   이렇듯 지명은 곳곳마다 재미있는 신화나 전설 혹은 역사에 의한 각양각색의 유래를 갖고 나름대로 자긍심과 정체성을 갖고 그 지역을 살았던 삶의 주인들의 생활과 역사 그리고 가치관과 자연관 등을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의 대 문호 앙드레 지드도 ‘모든 글의 중요한 소재는 모두 신화나 전설에서 찾았다’고 했다. 여러 형태의 이야기들의 뿌리는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지혜가 담겨져 있어 보다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
   우리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는 어떤가? 이름하여 ‘천사들의 도시’라고 말하지만 창조자에 순종하는 미카엘 대천사의 부대인 착한 천사들의 도시인가 아니면 절대자께 반역을 한 루시퍼 천사 부대인 타락한 천사들의 도시인가.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타락해 가는 이 도시를 위해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달밤에 더렵혀진 천사들을 끌어내어 씻겨서 깨끗한 천사들로 만들 수 있도록 어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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