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의 외침
 
앞으로 쭈욱 뻗어나간 하얀 고속도로 위로 회색 하늘이 펼쳐 있어 누군가는 짙은 묵화를 그려내고 있다.
천군만마(千軍萬馬)의 화폭(畵幅)이다.
육중한 그들이 두둥 떠있는 것만으로도 기상이다. 한 쪽에서 다른 끝으로 하늘을 가득 메운 그들.
진군(進軍)의 나팔을 울리는 심장 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까마득한 아래, 어느 구석에 불쑥 솟은 산 하나. 그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꼭대기마저 지워졌다.
 고구려군이다. 백제군이다. 신라군이다.
가야군도 발해군도 고려군도 조선군도 힘을 더한다.
을지문덕이 호령하고, 장보고가 받치며 이순신이 버티어 함께 하고 있다.
이 땅에 기거하는 조상들의 혼령이다. 가자 가자 죽어도 가자. 악! 악! 악!
 
시간이 흘렀다.
해가 뉘엿 뉘엿 지는 고속도로, 도무지 바다와 하늘을 구분하도록 놓아 두지 않는다.
망향을 지나 대전으로 접어들었다.
지척의 봉우리들이 먼 고산들과 첩첩산중(疊疊山中)을 만든다.
낮은 산을 여럿 지나 태산 자락에 이르렀다.
드디어 오르막의 시작이다.
 
거무스름한 듯 탁한 듯 푸른 공간이 온통 바다이고 하늘이다.
그 사이를 강렬한 햇빛이 비집어
안개에 잠긴 봉우리들이 일렬로 고개만 빼꼼 내민다.
바다구름이 하늘에 거대한 산맥을 만들어 내는 원리이다.
 
삼일절이다.
거대한 바람이었다.
이 땅의 기운이 불러일으킨 강강수월래였다.
 
더 보기   >>>   http://imunhak.com/vessay/4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