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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문학

Articles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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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이끼의 시간/김준현
서경
786
우물 위로 귀 몇 개가 떠다닌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 느린 허공이 담겨 있다 나는 내 빈 얼굴을 바라본다 눈을 감거나 뜨거나, 닫아놓은 창이다 녹슨 현악기의 뼈를 꺾어 왔다 우물이 입을 벌리고 벽에는 수염이 거뭇하다 사춘기라면 젖은 눈으로 기타의 냄새 ...  
93 오리의 유영 - 글/지희선, 사진/김동원
서경
1174
바람과 함께 잠을 깨고 바람과 함께 잠이 드는 호면. 그러나, 잠든 호면을 깨우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오리의 유영으로도, 아니, 어쩌면 잎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로도 깨울 수 있음을 알겠습니다. 그런 소망을 가지고 오늘도 글을 씁...  
92 백사장 갈매기 떼/지희선(시조)
서경
759
<1> 비상할 줄 모르나 백사장 갈매기 떼 하늘로 치민 파도 일어설 때를 알리는데 백사장 헤매고 다니며 무얼 그리 찾고 있나 <2> 혼자는 외로와서 떼 지어 다니는가 날 저문 줄 모르고 종일을 헤매다가 황혼이 파도를 물들일 때 차고 나를 하늘 보네 <3> 날자...  
91 연잎/지희선(시조)
서경
779
<1> 때 아닌 봄 소낙비 연잎을 두드린다 또르르 말리는 비 구슬 되어 떨어지니 진흙에 발 묻고 살아도 젖지 않는 청심일레 <2> 비 바람 천둥 소리 하늘은 웬 성환고 한 목숨 부려 놓기 이리도 어려운가 봄 꽃들 몸살 앓는 사이 연잎만이 오롯하다 <3> 머리 위...  
90 산의 침묵/윤형두
서경
679
가끔 나는 산에 오른다. 태고의 정적을 맛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어느 곳 하나 사람의 발길이 거쳐가지 않은 곳이 없다. 어느 때는 도시의 소음보다 더 시끄러운 산을 대하게 되고 어느 곳은 쓰레기 하치장보다 더 지저분하다. 내가 그리던 산은 어디로 가고 ...  
89 85점/배희경
서경
706
우리는 학교에서 돌아와 아버지의 기척을 살폈다. 물론 안방에 계시다. 이 날만은 아무데도 안 나가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두 오빠는 아직 중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초등학교에 다녔던 동생과 나는 서로의 성적표를 들어다 보며 그날의 운명을 기...  
88 바다가 있는 풍경/지희선
서경
784
얼마만인가. 모처럼 바다를 마주 하고 섰다. 오빠가 해상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지 근 오 년만이다. 끝내 찾지 못한 오빠의 주검을 생각하며 애써 외면하던 바다를 다시 찾은 건 다름 아니다. 연일 ‘코리언 패밀리 비치 훼스티벌’로 유혹하는 R방송사와 딸아이...  
87 황동 십자가/최문항(소설)
서경
784
뉴욕에서 이곳 캘리포니아로 이주한지도 팔 개월이 넘었다.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안토니오 영감이 찾아와서 자기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일자리가 났으니 한번 서류를 넣어 보자고 권했다. 오십 중반을 훨씬 넘긴 남미 출신의 안토니오를 ...  
86 선인장/어느 수형인의 시
서경
772
사막에서도 나를 살게 하셨습니다 쓰디 쓴 목마름도 필요한 양식으로 주셨습니다 내 푸른 살을 고통으로 축복해 주신 당신 피 묻은 인고의 세월 견딜 힘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살아있는 그 어느 날... 가장 긴 가시 끝에 가장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워 물게...  
85 콜럼비아강에 흐르는 한강의 숨결/강성재
서경
762
도도히 흐르는 콜럼비아강에서 우리는 한강의 숨소리를 듣습니다 오늘의 콜럼비아강에는 한강의 맥박이 뛰고 한강의 숨결이 흐릅니다 강과 강이 서로 만나 스스로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는 바람으로 봅니다 그립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이겠지요 ...  
84 다 저녁, 숲에 드네/구자애
서경
787
 숲이 부른 적은 없네 내가 통제되지 않는 그 지점에서 거꾸로가다 돌아선 길이 나를 받아 주었으므로 물끄러미 나를 뻗어 모퉁이에 세우고 보이지 않는 나무 찾아 헤메었을 뿐 웃음짓는 꽃의 소리 듣고 싶었을 뿐 우는 새의 눈물 만져보고 싶었을 뿐 눅눅한...  
83 빈 자리/고현혜(타냐 고)
서경
765
당신이 만약 어둠 속에서 별을 보고 있다면 그건 내가 보낸 사랑의 빛 이예요. 당신이 만약 빗속을 걷고 계신다면 그건 당신을 그리워하는 나의 눈물 이예요 당신이 보고 계신 그 시든 꽃은 나의 아픈 가슴이며 마른 잎새 마저 휘날리게 하는 차가운 바람은 ...  
82 백사장 갈매기 떼/지희선
서경
710
<1> 비상할 줄 모르나 백사장 갈매기 떼 하늘로 치민 파도 일어설 때를 알리는데 백사장 헤매고 다니며 무얼 그리 찾고 있나 <2> 혼자는 외로와서 떼 지어 다니는가 날 저문 줄 모르고 종일을 헤매다가 황혼이 파도를 물들일 때 차고 나를 하늘 보네 <3> 날자...  
81 손,손,손/이상은
서경
869
수능성적이 발표 나던 날, 아내는 베란다에 서 있었다.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두 손을 꼭 쥐고 바깥만 바라보았다. 아내는 아들을 기다렸다. 제 자리만 맴돌던 아내가 급히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아들 녀석은 거실로 들어오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  
80 세상 사는 이야기/지희선
서경
699
2013.2.5(화) 맑다가 흐림 주중엔 비가 올 거라 예보하더니, 날씨가 벌써 흐리다. 어젯밤엔 잠을 좀 설쳤다. 맥도날드에 갔다와서 먹은 걸 다 토하고 어실어실 한기가 들어 자리에 누었다. 자다가 말다가 아침 늦게 일어났다. K로부터 전화가 들어와 있었다. ...  
79 김호길 시인의 <조각달>과 함께 떠나는 행간의 변주 여행/박경호
서경
746
■■ 사막 시편 / 김호길 ─조각달 옛날 옛적 고향 우물물 담아 마신 바가지. 내가 그걸 잊을까봐 동녘 하늘에 띄웠나. 이제는 하늘 호수 물 실컷 마시라 하네. ■■ 우주의 먼 모래알 <제1 변주> 글로벌 집시처럼 국제선 조종사로 떠도는 게 안쓰러워 서천에다 띄...  
78 엄마의 채마밭/지희선
서경
760
어머니가 사시는 노인 아파트에는 자그마한 채마밭이 있다. 칸칸이 나누어진 채마밭은 주인의 개성에 따라 꾸밈새가 다르고 심은 채소 종류도 조금씩 다르다. 어머니는 고추, 상추, 깻잎, 부추, 쑥갓, 오이, 호박 등을 주로 심으셨다. 다 한국산이다. 땅만 미...  
77 연잎 위에 앉은 청개구리/지희선
서경
762
어디서 달려왔을까. 연잎 위에 앉은 청개구리. 마치 친구랑 숨바꼭질 하듯 몸을 말아 엎디어 있다. 녀석, 꽤나 머리를 썼다. 초록색 몸으로 초록 연잎에 앉으면 못찾을 줄 알았지? 그래도 다 보이는 걸? 너는 몰랐을 게다. 어쩌나, 개굴개굴. 청개구리는 동화...  
76 새지 않은 밤 / 이문열
서경
768
이것은 오래 전 내가 서울서 겪은 영락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무렵 나는 이것저것 모든 것으 로부터 쫓겨 작은 가방 하나 만을 들고 아스팔트 위를 헤매던 방랑자였습니다. 그리고 그 날, 날이 저물어 올 때쯤에는 나는 드디어 아무 데도 갈 만한 곳이 없었...  
75 눈은 내리고/이상은
서경
765
오래 전 겨울밤이었다. 팔려간 송아지가 보고 싶어서 엄마소는 낮부터 먼 산을 바라보며, 외양간이 울리도록 소리 내어 울었다. “엄마! 송아지 어디로 갔어?” “고개 너머 동네로 팔려갔지.” “엄마소가 보고 싶어 송아지도 울겠다.” 내 말에 엄마는 웃기만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