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텃밭에 심겨져도
꽃밭을 넘보지 않고
담 밑에 피면서도
키를 재지 않는다
때 되면
꽃 피고 열매 맺어
밥상 위에 오를 뿐
<2>
잎도 주고 꽃도 주고
열매까지 주었어도
언제나 환히 웃는 꽃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울엄마
닮은 모습에
눈물 짓게 하는 꽃
<3>
잡초더미 옛텃밭에
뾰족 나온 호박 떡잎
그 모습이 여여뻐서
아침 저녁 물 줬더니
호박꽃
크담한 열매로
함박 웃음 웃더라 (우리 엄니 실화)
<4>
호박꽃 진 자리엔
크담한 열매 하나
말라가던 호박 줄기
엄마 생 닮았는가
모두가
다 떠난 자리
잡초만이 무성타
* 시작 메모 : 엄마가 키운 마지막 호박을 같이 먹었어요. 엄마는 '마지막 호박'이라며 이리 저리 어루 만지며 쉬이 요리를 못하시더군요. 그 호박은 엄마가 지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수확물이었어요. 그날 밤, 어머닌 여든 셋 생애 처음으로 <호박>이란 시를 쓰셨어요. '아쉬워서 이 시를 쓴다' 라는 부제를 붙인 그 시는 '... 나도 너와 함께 스러져 간다'로 끝맺었더군요. 호박꽃에 물 주고 키우며 엄마는 잎에서부터 호박을 맺을 때까지 참 사랑을 나누신 거죠. 엄마가 돌아 가시기 6개월 전이었어요. 오늘 아침 <호박꽃> 시조 숙제를 받고 쓰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사진 : 이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