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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호박꽃/연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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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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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텃밭에 심겨져도 꽃밭을 넘보지 않고 담 밑에 피면서도 키를 재지 않는다 때 되면 꽃 피고 열매 맺어 밥상 위에 오를 뿐 <2> 잎도 주고 꽃도 주고 열매까지 주었어도 언제나 환히 웃는 꽃 아낌없이 주는 나무 울엄마 닮은 모습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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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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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68 |
돛대 없는 배라더냐 삿대 없는 배라더냐 풍랑은 뱃전 때려 돌아가라 보채는데 유족도 되지 못했네 미수습자 가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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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나무 잔가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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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65 |
숱한 잡념처럼 이리저리 뻗혀 엉켜있는 숲 속 나무 잔가지들. 눈길 어지럽다고 저 잔가지들 잘라내면, 숲 길 그늘은 훨씬 적어지겠지. "머리를 비워라" "잡념을 없애라" "가지치기를 하라" 무수한 요구들 들어 왔지만, 또 그렇게 하려 노력도 해 왔지만,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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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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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65 |
우유를 마시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입에도 대지 않던 우유가 왜 갑자기 마시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그냥, 문득, 우유가 '땡겼다'. 하지만, 여전히 우유만 마시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시리얼과 바나나 조각들을 넣어 간식처럼 '먹기'로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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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a Vista 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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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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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밀려간 하늘이 말갛게 개었습니다. 비에 씻긴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부는 출근길 아침, 팜트리 잎새 흔들리고, 버들 강아지 하늘댑니다. 여인의 목을 감싼 스카프도 날립니다. 뿌리 까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들의 모습도 의연하고, 척박한 땅을 뚫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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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시 - 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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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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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별꽃 피면 그리운 이름 따라 뜹니다 별 하나 이름 하나돠뇌고 있노라면 꼬리별낯선 창 기웃대다내 가슴에 떨어집니다 하나 둘 별꽃 지면그리운 얼굴 함께 집니다 별꽃 진 빈 하늘에어른대던 얼굴들 가없는은하수 숲 속 마을 숨은 별꽃 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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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다시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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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42 |
어머니 기일이 돌아 왔다. 벌써 여섯 번 째다. 딸과 함께 어머님이 계신 '대한 수목장'으로 향했다. 돌아가신 분들 이름을 새겨 넣은 합동 비석판이 바뀌었다. 일년 사이, 사람 수는 늘어나고 이름 크기는 작아졌다. 위치가 바뀌어 버린 어머님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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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떡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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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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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일요일 새벽 다섯시 삼십 오분. 서상호 코치는 스위스 시계같이 정확한 시간에 왔다. 새벽을 가르며 그리피스 팍을 향해 달린다. 어제 토요일 장거리 훈련은 감기몸살 기운으로 조금 힘들었다. 십 마일을 뛰는 데도 힘이 들어 선두 그룹에서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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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웃음을 웃는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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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39 |
정인이 이메일로 사진 두 장을 보내왔다. 행복한 웃음을 웃고 있는 소녀들의 사진이다. 한 장은, 돌계단에 홀로 앉아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입에 물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다.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 발톱에는 때가 끼여 있고, 제대로 빗질을 하지 않은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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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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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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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내리는 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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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36 |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내린다. 비를 더 즐기고 싶어 우산을 펼쳐들고 산책을 나갔다. 하늘도 땅도 온통 회색빛이다. 거리는 고요하고 차분하다. 모두 비에 젖고 있다. 길도, 나무도 말 잘 듣는 아이 같다. 세례를 받듯 겸손되이 고개 숙인 가로등이 경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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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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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35 |
새우깡을 보면 친구 유자가 생각난다. 안 불러본 지도 오래 되었고, 못 본 지도 아득한 벗이다. 그녀와 나는 대학 같은 과 친구로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처음 우리가 친분을 트게 된 건, 그녀가 다가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학보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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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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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35 |
지금 난 그네에 앉아 출렁이고 있다. 새벽 달리기 연습에 강아지 미미를 데리고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눈빛이 애처로워 데리고 왔다. 단체 연습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 반대 방향으로 미미랑 가볍게 3마일만 뛰고 왔다. 일행을 만나리라 생각했지만, 서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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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시 - 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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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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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별 소녀별나라에서 온 공주 오늘은 별밭에 앉아네 별을 찾는 거냐 작지만가장 빛나는 별그 별 하나 품거라 (사진 제공 : 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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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벨로 골프 연습장에서/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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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26 |
월요일 오전 열 시. 골프 레슨 시간이다. 원래는 골프에 대한 흥미도 없거니와 시간이 따라주지 않아 골프 칠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살아왔다. 주 6일 풀타임 일을 하는 데다가, 주일이면 성당에서 주보 편집과 성가대 대원으로 봉사하던 터라 한가롭게 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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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어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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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26 |
바람이 분다. 비 개인 하늘 쓸고 와 바람이 분다. 어제를 휩쓸고 간 바람도 내게로 되돌아 와 마음 깃을 펄럭인다. 소소한 생각 몇 이고 있던 팜츄리도 미련일랑 갖지 말자며 남은 잎을 버린다. 바람과 팜트리가 마치 사랑놀음을 하는 것같다. 오늘 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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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꽃 바람에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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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25 |
2월 15일 일요일과 프레지던츠 데이인 16일 연휴를 맞아 푹 쉬어보려 했는데 오히려 일만 실컷 하고 왔다. 남편 말씀하시길, 배추가 싸다며 김치를 담그잔다. 작년에도 배추 세일이라며 덜렁 한 박스 사 들여오는 바람에 김치 냉장고까지 샀다. 은퇴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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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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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24 |
천지가홍엽일 때도그는 도무지 색깔을 알지 못한다탐하지도 않는다 화선지 위로 퍼지는무채색 사유수묵화 한 점이다 오랜 세월이 색채를거두어 가 버린빛 바랜 마을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그 아름다운 풍경만을기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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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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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24 |
우리 가게에 새 도우미가 들어왔다. 첫날부터 눈살미 있게 일을 잘 한다. 부지런히 쓸고 닦고, 치울 것 치우며 열심히 일한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일 하는 게 눈에 보인다. 필요한 제품이 떨어져 찾으면 틀림없이 그 자리에 꽉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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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시 - 바닷가 새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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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23 |
황금빛 새벽 노을 파도 깨워 여는 아침 팜트린 키를 세워 하늘 문 두드리고 접었다 다시 펴는 꿈 물보라로 치솟네 (사진 : 제인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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