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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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716 |
사방 막힌 병에 창이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너를 보고 너는 나를 보고. 나는 너를 읽고 너는 나를 읽고. 너와 나, 막힌 벽이 아니라 너와 나, 소통할 수 있는 유리창을 지니고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저 언덕 아래서 올라오는 연인을 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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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
타투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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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713 |
젊은 애들하고 일을 하다보니, 선물도 앙증스럽다. 아침에 라커룸을 여니, 조그만 카드가 나를 빼꼼히 쳐다 본다. 그 속엔 큐피트 화살을 든 타투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 누가 보낸 거지? 처음엔 다른 라커룸에 들어갈 게 잘못 들어 왔나 싶어 요리조리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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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
대통령 한 번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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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786 |
페북 친구가 적성에 맞는 직업 찾기 사이트를 가르쳐 주길래 눌러 봤더니, 1초도 안 되어 'president'로 나온다. 세상에! 이런 변이 있나? 마이크 공포증이 있어 수필 강좌도 앉아서 하겠다고 양해 구하는 내가? 가슴이 울렁거려 남 앞에서 솔로 노래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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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
딸과의 봄철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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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95 |
화창한 일요일 오후, 딸과 함께 봄철 나들이에 나섰다. 데스칸소 가든에서 열리는 'Cherry Blossom Festival'. 꽃보기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몇 주 전부터딸은 티켓을 사 놓고 오늘을 기다려 왔다. 딸과의 봄철 나들이. 어디 간들 즐겁지 않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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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
분꽃씨 선물/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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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721 |
선물도 특별한 선물 건네 받은 분꽃씨 두 알 한 알은 언니 주고 한 알은 가져 와서 장독도 없는 뒷뜰에 고향 묻듯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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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
아름다운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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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88 |
바람은 싸리 빗자루 고요한 호면을 빗질한다. 은빛 무늬 흔들리다 제 자리로 돌아간다 물구나무 선 나무 생각에 잠겼는데 오리 한 마리 물 그림자 지우며 호수를 건넌다 동그라미 파문 그리다 제자리로 돌아간다 저마다 지나는 자리 아름다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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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
하트 풍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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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71 |
오늘은 꽃과 초콜렛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Valentine's Day다. 보이 프렌드가 없던 딸에게, 꽃을 보내기 시작한 게 어느 새 20년이 가까워 온다. 몇 년 지나, 나 말고도 꽃을 보내줄 사람이 생겼건만 이벤트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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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
Playa Vista 가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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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66 |
구름이 밀려간 하늘이 말갛게 개었습니다. 비에 씻긴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부는 출근길 아침, 팜트리 잎새 흔들리고, 버들 강아지 하늘댑니다. 여인의 목을 감싼 스카프도 날립니다. 뿌리 까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들의 모습도 의연하고, 척박한 땅을 뚫고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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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
귀여운 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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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584 |
룸메이트 데레사가 아침부터 함박 웃음을 준다. 커튼 하나를 걷고,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차차차 스텝을 밟는데 여념이 없다. 아침 운동이라고 한다. 신나는 표정에 몸놀림도 유연하다. 열 여섯 살 때부터 춤을 즐겼다고 한다. 어제는 휴일이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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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
나의 글쓰기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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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575 |
나의 글쓰기는 초등 학교 일학년 때 쓰기 시작한 '그림 일기'가 최초였다. 담임 선생님의 숙제였는지, 교육열 높은 어머니의 강압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림을 그리고 몇 줄의 문장을 써서 마감하는 '그림 일기'는 단 하루도 빠지고 않고 써야 하는 의무조항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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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
일요 새벽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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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609 |
애나하임으로 이사 오자마자, 포레스트 러너스 클럽에 가입했다. 연습 장소는 부에나 팍의 Clack Park. 집에서 프리웨이로 달려 약 15분 거리다. 회원은 거의 100명에 가깝지만 나오는 사람들은 4-50명 정도다. 주 연습 시간은 토요일 오전 5시 30분과 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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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
두 손 맞잡은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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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525 |
요즘은 내 주변에 보이는 풍경을 찍어 내 느낌 그대로 포토 에세이를 쓰고 있지만 첫 시작은 그게 아니었다. 몇 년 전인가 보다. 어느 날, 리서치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사진이 내 눈을 붙잡았다. 담쟁이 사진이었다. 비 온 날 아침에 찍었거니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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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
아비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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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 |
500 |
책 리뷰를 하다, <아비정전>에 눈이 머물렀다. 책 표지와 함께 짧게 뽑아 놓은 명문장 때문이었다. 한 사람에겐 '순간'이, 다른 사람에겐 '영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굵은 밑줄을 긋고 싶었다. - 순간이란 정말 짧은 시간인 줄 알았는데 때로는 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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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
아몬드꽃 피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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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ilusa@gmail.com |
538 |
절묘한 타이밍이다. 그로부터 결별 권유를 받은 날, 하필이면 '세상의 모든 명언'이 '사랑'이란 키워드를 들고 나를 찾아 왔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흐르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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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기, 데기, 번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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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762 |
아침에 출근 하자마자, 마리아가 급히 부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너 이거 먹을 수 있어?" 하고 런치 통에 든 음식을 불쑥 내민다. 나는 이 애가 자기 나라 고유의 특별식을 해 와서 먹어보라는 줄 알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뭔데?" 하며 런치통을 나꿔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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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
꽃보다 예쁜 그녀, 단풍보다 고운 그녀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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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96 |
IHSS 17기 동기생 제니가 카톡에 가슴 뭉클한 사진을 올렸다. 아스펜 단풍으로 유명한 비숍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 중이라며 올린 사진이다. 모처럼 효녀 노릇하는 중이란다. 비숍의 단풍도 곱지만, 그녀는 더 아름답다. 원래 예쁘기도 하지만, 어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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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
급체, 천국 사다리를 타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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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1524 |
일 년에 한 두 번은 급체로 생 고생을 하는데 바로 엊그제 일요일 밤이 '그 날'이었다. 짬뽕 속에 든 오징어나 닭고기를 먹고 체한 적은 있어도, 김치찌개를 먹고 급체를 한 건 또 생전 처음이다. 퇴근 길, <더 집밥>이란 간판을 보는 순간, 목살 김치찌개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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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
포토 에세이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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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77 |
시간은 바람처럼 지나가고 그 바람 속을 '스치며'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실루엣이다. 실체를 알기에는 터무니 없이 모자라는 시간, 시간들.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우리는절반의 겉모습과 절반의 내면만 알고 갈 뿐이다. 한 순간의 기쁨과 한 순간의 슬픔.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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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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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92 |
정이란 돌 탑 쌓 기 예쁜 둘 마음 모아 한 돌 한 돌 올려 놓는 조심된 손길이여 파도도 조바심치네 행여나 무너질까 (엘 카피탄 비치에서: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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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
같은 지구별 안에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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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선 |
601 |
당신이 잠들 때 나는 깨어 있습니다 내가 잠들 때 당신은 깨어 있습니다 하늘에 있는 해와 달처럼 우리는 하루를 절반씩 나누어 살고 있습니다 희망과 절망 사랑과 이별 눈에 보이지 않는 짝들도 함께 하루를 절반씩 나누어 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잠들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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