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눈 오는 날.jpg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눈이 펑펑 나린 뒤,  아스라한 기억처럼 풍경은 지워지고

그리움인 양 두 그루의 겨울나무만 키를 세우고 있다.

 

언제였던가.

그 날도 빈 벤치에 낙엽은 쌓이고 또 그 위에 눈이 나렸다.

코트 깃에 잠깐 머물다 간 첫눈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지...'하는 과거형 작은 사랑 이야기만

응달의 잔설처럼 가슴 한 켠에 남았다.

 

오늘도 눈은 나리는데, 그대는 가고 기억만 남아 빈 벤치를 맴돈다.

또 다시 계절이 돌아오면 첫 눈은 풍경을 지울 것이고

아스라한 기억은 더욱 가물거려......

내 작은 사랑 이야기는

'그런 일이 있었었지...'하는

 과거형 분사가 되어 잊혀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