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눈이 펑펑 나린 뒤, 아스라한 기억처럼 풍경은 지워지고
그리움인 양 두 그루의 겨울나무만 키를 세우고 있다.
언제였던가.
그 날도 빈 벤치에 낙엽은 쌓이고 또 그 위에 눈이 나렸다.
코트 깃에 잠깐 머물다 간 첫눈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그런 일이 있었지...'하는 과거형 작은 사랑 이야기만
응달의 잔설처럼 가슴 한 켠에 남았다.
오늘도 눈은 나리는데, 그대는 가고 기억만 남아 빈 벤치를 맴돈다.
또 다시 계절이 돌아오면 첫 눈은 풍경을 지울 것이고
아스라한 기억은 더욱 가물거려......
내 작은 사랑 이야기는
'그런 일이 있었었지...'하는
과거형 분사가 되어 잊혀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