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사였다.
아이들의 '첫영성체 미사'는 오늘도 날 눈물지게 했다.
일 년간 성경공부를 한 뒤, 여덟 살이 되어야만 받는 첫영성체.
드디어, 생애 처음 주님을 모시는 날이다.
지난 일 년간, 수녀님과 함께 성경 공부를 한 아이들이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고자 제대 앞에 섰다.
하얀 드레스의 소녀가 둘, 빨간 넥타이를 맨 소년이 여섯.
상기된 표정에 약간 들뜨면서도 수줍은 표정이 역력하다.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낭랑한 목소리로 '하느님께 드리는 약속'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수녀님과 아이들이 묻고 답한다.
-오늘 여러분은 무엇을 원합니까?
"첫영성체를 원합니다."
-첫영성체는 무엇입니까?
"처음으로 예수님을 제 몸과 마음에 모시는 것입니다."
-영성체를 하면 어떻게 됩니까?
"예수님과 함께 살게 됩니다!"
-여러분은 예수님과 함께 살기를 원합니까?
"네! 원합니다!"
아이들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쩌렁쩌렁하게 대답한다.
수녀님은 마지막 당부를 건네신다.
-그러면, 하느님 앞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보여 주십시오.
아이들이 높고 맑은 목소리로 합창하듯 대답한다.
모든 교인들 역시 숨소리도 죽인 채 귀기울여 듣는다.
"저는 오늘부터 예수님을 친구로 하여, 언제나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처럼 말하고, 예수님처럼 생활하며, 하느님을 기쁘게해 드리기로 노력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아이들이 하느님과 전 교인 앞에서 공개적으로 하는 첫 신앙고백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나는 과연 저 아이들 처럼 순수한 신념에 차서 확실하게 대답해줄 수 있을까 자문해 보았다.
"예수님처럼... 예수님처럼..."
주문처럼 외워 보지만, 쉽게 드릴 수 있는 약속은 아닌 듯했다.
예수님처럼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소처럼 되삭임을 하며 계속 노력할 뿐. 그래서 아이들도 "기쁘게 해 드리기로 약속합니다" 하면 될 것을, 굳이 "기쁘게 해 드릴 것을 '노력하겠다고' 약속합니다" 하고 말한 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길, 딸아이의 아름다웠던 첫 영성체 음악미사가 떠올라 많은 상념에 잠기게 했다.
"I am a gift", " you are a gift", "I am special", "you are special..."
어린 꼬마들이 서로 주거니받거니 노래를 부르며 긴 회랑을 걸어올 때, 부모들은 너나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제대 앞에 줄지어 선 아이를 보며, '주님의 자녀로 삼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감사 기도도 함께 올렸다.
그동안 많은 풍랑을 겪으면서도, "풍랑아! 잠잠하라!"하고 호통쳐 주실 주님 하나 의지하고 견뎌 왔다.
아직은 갈 길이 저도 멀고 나도 멀지만 십자가를 '버리고'가 아니라, '지고'오라는 말씀을 벗삼아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
서른 여섯 살 된 딸 아이는 제가 여덟 살 때 입었던 첫영성체 드레스를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엄마의 사랑을 담뿍 담아, 특별히 맞추어 준 귀한 옷이다.
딸아이도 첫영성체 드레스를 볼 때마다 그 날의 감격과 엄마의 사랑을 기억하겠지.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때, 첫영성체 드레스를 간직하는 그 마음 그대로 주님 손을 꼭 붙들고 가기를 빈다.
오늘 첫영성체를 한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이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십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린다.
감격의 순간입니다. 제 현재의 모습을 정직하게 바라봅니다. 때묻고 피폐한 불쌍한 영혼, 언제 주님 앞에 불리울 지 모른 채 제멋대로인 삶.
눈물 나네요. 요안나님의 글쓰기 열정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