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위로 귀 몇 개가 떠다닌다
검은 비닐봉지 속에 느린 허공이 담겨 있다 나는
내 빈 얼굴을 바라본다 눈을 감거나
뜨거나, 닫아놓은 창이다
녹슨 현악기의 뼈를 꺾어 왔다 우물이 입을 벌리고
벽에는 수염이 거뭇하다 사춘기라면
젖은 눈으로
기타의 냄새 나는 구멍을 더듬는, 장마철이다
손가락 몇 개로 높아지는 빗소리를 누른다 저 먼 곳에서
핏줄이 서는 그의 목젖, 거친
수염을 민다
드러나는 싹이여, 자라지 마라
벌레들이 털 많은 다리로 밤에서
새벽까지 더듬어 오른다
나는 잠든 그의 뒷주머니에
시린 손을 숨긴다 부드럽고 가장 어두운
비닐봉지 안에 차가운 달걀 몇 개를 담아
바람에 밀려가는 주소를 찾는다
귀들이 다 가라앉은 물에도
소름이 돋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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