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목요일 저녁 여섯 시 삼십 분. 한국 교육원 강당에서 열린 미국 작가 윌리엄 앤드류스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했다. 책 제목은 <용의 딸들>로 위안부를 다룬 실화 소설이다. 

  수없이 많은 자료를 뒤적이고, 인터뷰를 하여 거의 80%가 실화요, 역사적 사실이라고 한다. <용의 딸들> 이란 제목은 소설 속 주인공 어머니가 준 빗의 문양에서 따왔다고 한다. 하지만, 용이 가진 용맹성과 동양 사상에 나오는 용의 상징성도 많이 고려했단다.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표현의 함축미와 상징성 그리고 구성의 전개가 흥미롭다.
 

  사회자는 윌리엄 앤드류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하여, 마치 앤드류스 작가 이전에는 아무도 이 위안부 문제를 문학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 하여 문인으로서 약간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 한국 문인들 역시 소설로, 포토 에세이로, 시로, 사진집으로, 다큐멘터리 에세이로, 심지어 만화책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성노예' 문제를 다루어 왔다. 특히, <시선><도라지 꽃><나비의 노래>는 만화책으로 꾸며져 2014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20년 간의 수요일>은 20년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수요일 낮 12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벌이고 있는 시민 시위를 역사적 사실로 남긴 귀한 책이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는 강덕경 할머니가 직접 그리고 무명 작가가 섬세한 시어로 써내려간 통한의 다큐멘터리 에세이다. 제목이 특이한 <겹겹>은 사진작가 안세홍이 발로 뛰며 쓴 포토 에세이로 겹겹으로 둘러쳐진 할머니들의 한을 시각에 호소한 책이다.
 

  우리 미주 작가들 역시, 자기 장르별로 이 문제들을 다루어 왔다. 몇 년 전, 김정미의 시낭송과 연극 공연은 미 주류 언론에 대서특필 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제의 흐름이 피해자의 한풀이가 아니라, 전쟁과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여성의 인권과 성폭력에 대한 보편성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고현혜 시인은 성노예에 대한 시낭송회를 준비하고 있다.
 

  어쨌거나, 윌리엄 앤드류스가 미국 작가로서 특별한 애착을 갖고 우리 역사를 공부하고 일본 성노예가 된 조선의 딸들에 관해 실화 소설까지 썼다는 점에서눈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가 <용의 딸들>에 대한 소설을 쓴 동기는 간단했다. 그는 한국에서 입양한 딸에 대한 부성으로 한국 역사를 공부하다가 이 '살 떨리는 일'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도 고만한 딸, 그것도 조선의 딸을 가진 아버지였기 때문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의 따뜻한 마음이 고마웠다. 입양한 딸에게 원 조국의 역사를 알려주고자 공부했다는 양아버지. 그것도 모자라 역사의 한 진실을 파란 눈을 가진 아버지가 숱한 발품을 팔아가며 한 권의 소설로 엮어냈다니. 나는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우리는 한국 고유의 춤과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리고 전국 도서관에 그의 책을 전시하려는 취지에 너도 나도 앞다투어 동참했다. 우리 미주문협에서는 그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그가 쓰려는 후속편을 위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카카오 스토리를 위해 그의 북사인회 사진을 찍었다. 웃어달라는 내 요구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로 응해주었다. 아빠의 사랑을 듬뿍 먹고 자란 딸아이는 올해 스물 일곱 살 처녀로 의사가 되었단다. 그도 유명 작가 이전에 영락없는 딸바보 아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