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빛 야산은 고향의 봄을 불러오고, 그 풍경화 속에 어린 나를 세운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가.
아픈 동생을 데리고, 굽이굽이 돌아가야 하는 마산 요양소 산길은 멀기도 했다.
검진을 받고 약을 타고 되돌아올 때면 성한 나도 기운이 다 빠지고 난 뒤였다.

 자라목을 하고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동생 손을 잡고 산길을 넘을 때는 슬픈 동화 속의 주인공 같이 서러웠다.
하지만, 봄에는 얘기가 달랐다.

온 산과 들이 눈을 뜨듯, 우리 마음도 들떠 소풍 가는 기분으로 집을 나서곤 했다.

 개구장이 여동생까지 따라 나서니 소풍이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 세 명이 손을 잡고 타박타박 걸어 산길을 돌아들면, 마치 수고했다는 듯이 활짝 반겨주던 진달래꽃!

여기도 진달래, 저기도 진달래  온 천지가 진달래를 둘러썼다.
색에 취하고 예쁜 꽃에 취해, 꽃을 뜯어 먹기도 하고 귓가에 꼽기도 하면서 놀았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어스름 저녁이 되곤 했다.

그제사 정신이 번쩍 들어 집을 향해 달음박질 쳐오면, 가포 앞바다에서 불어오던 해풍은 또 얼마나 시원하던지!

늑막염을 앓고 골골거리던 동생이 지금은 조기 축구회 감독까지 하고 있으니...

그도 어린 날 우리를 그토록 기쁘게 하고 설레게 했던 보랏빛 진달래 야산을 기억하고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