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자화상 2(회색 바탕).jpg

 

비오는 날이면 비는 잿빛 우울의 자화상을 그린다.
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아도 저 혼자 그린다.
자꾸자꾸 그린다. 벽에도 그리고 거리에도 그린다.
내리는 빗방울 위에 또 한 빗방울이 겹치면 굵은 빗방울이 된다.
굵은 빗방울은 결국 슬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우리도 창가에 기대어 눈물로 자화상을 그린 적도 있으려니...
굵은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남몰래 그리던 그 젊은 날의 회색 초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