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가 온다.
겨울을 데리고 올 겨울비다.
그 무성하던 수영장 옆 뽕나무 잎도 거의 다 떨어졌다.
오늘은 일하러 가지 않는 날.
강아지 목욕이나 시켜야겠다.
여덟 놈 다 씻길 수 없으니 우선 내 사랑 '피터'부터 씻겨줘야 겠다.
요키 종류로 금발과 연회색이 섞여있는 예쁜 강아지다.
아니, 예쁜 것보다 더 감탄하는 건 너무나 '착한' 심성이다.
목욕을 시켜줘도 너무 얌전하고, 털을 깎아줘도 너무 얌전하다.
전적으로 주인을 믿고 의지하는 그 모습이 정말 기특하다.
가게에 데려가도 절대 쫓아 다니거나 짖는 법이 없다.
손님들도 처음에는 인형인 줄 알았다가 눈을 깜빡이는 걸 보고는 화들짝 놀란다.
하지만, 집에 낯선 사람이 오거나 짐승이 오면 끝까지 짖는 건 '피터' 요놈이다.
'피터'는 겨울이면 내게 더 사랑을 받는 강아지다.
침대에서 안고 자면 더 없이 따뜻하고 좋다.
저혈압에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내게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침대에서 데리고 자지 못한다.
남편이 강아지 냄새 난다고 당장 밖에 내보내라고 불호령을 내려 어쩔 수 없이 내 보내야 했다.
허긴,'피터'는 안고 자면서도 남편에게는 등 돌리고 잔 내가 잘못이지.
녀석, 밖에서 다른 강아지랑 어울려 놀다보니 엉망진창이 되었다.
오늘 모처럼 정성껏 씻겨주고 털까지 깔끔하게 깎아주었더니 제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제 '피터'는 깨끗한 한 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