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 펄펄 뛰며 카톡을 보내 왔다.  P가 자기 재키고 남편한테 말해서 $5000이나 빌려갔다고.

그것도 크레딧 카드 긁게 해서 빌려갔단다.

나는 오죽 사정이 딱하면 그렇게라도 빌려주었겠나,  여유가 돌아가면 갚아주겠지 하고 말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며 더 펄펄 뛴다.

나는 다시 카톡을 보냈다.

" 하늘나라에 저금 했다고 쳐라. 내 손 떠난 돈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요, 다시 돌아오면 '기적의 생환'이다."

"시끄럽다!"

카톡은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오고갔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내 손 떠난 돈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란 비유가 적절한 것같다.

얼마나 애처롭고 간절한가. 그의 생환이.

하지만 어쩌랴. 육해공군 다 동원해서  수색을 해도 찾지 못하고 돌아오지 않는 것을.

하늘나라에 저금했다치고 마음 비우는 것이 상책이다.

잊고 있었는데, 몇 년 후에라도 "그땐 참 고마웠어요"하고 가져올 때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기적의 생환'이 아니겠는가.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살아 돌아왔으니.

오해했던 마음이 이해로 풀리고, 미웠던 마음이 감동으로 물결치고...

이게 바로 죽음과 부활을 동시에 맛보는 감격이 아니고 무엇이랴.

잘도 갖다 붙인다 하고 비아냥거릴 지 모르지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은 내 마음 다스리는 게 상책이다.

'돈거래 하지마라. 아는 사람끼리는 더욱 하지마라!'

이것도 훈계라고, 강론이나 설교에서 조차 가르치고 있으니......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가는 신자들 뒷꼭지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 유구무언이다.

아는 사람 한테 딱한 사정 안 하면 낯선 사람한테 가랴?

있는 사람은 하늘나라에 저금했다치고 선듯 빌려주고, 없는 사람은 손이라도 잡아줄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살부비며 살아가는 참맛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