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척에 사는 동양 화가 데레사씨가  토끼 세 마리를 갖다 주었다.

토끼를 더 기르고 싶지 않다며 세 마리는 다음에 잡히면 갖다 준다고 한다.

이 동네에 우리 보다 6개월 먼저 들어왔는데 아주 적응을 잘 하며 사는 것 같다.

언젠가는 뱀을 두 마리나 삽으로 때려잡았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나는 쥐만 봐도 징그러워 하는데 뱀이라니...

보기 보다는 의외로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화가와 뱀 잡는 여자라.

무언가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그녀는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잘 살아간다.

서른 세 마리의 뱀을 그려 큰 주목을 받은 화가 천경자가 생각난다.

지독한 사랑의 굴레에 매여 산 여자.

그러나 같은 화가이면서도 데레사씨는 현실적인 생활인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모처럼 맥도날드에 가서 브런치를 함께 먹었다.

데레사 씨는 나하고 같은 성당 친구로 30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엘리트 부모님 밑에서 자랐지만, 사랑을 많이 못 받고 자라서 자기도 사랑의 표현이 부족하다며 눈물을 비출 때엔 나도 마음이 찡했었다.  이런 속내를 드러내기는 처음이다.

마음이 울적해서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걸까?

슬쩍 그녀의 표정을 훔쳐 보았다.

말은 많이 없어도 마음이 착한 친구다.

일 안 가는 날에는 가끔 대화도 나누고 티타임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