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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살 난 막내딸이 밖에서 소꿉장난을 하다가 눈에 티가 들어갔다고 울면서 들어왔다.

   어린것들에게는 제 아버지라도 의사라면 무서운 모양인지, 아프지 않게 치료를 해 주마고 아무리 달래어도, 혹시 주사라도 놓을까 보아서 그런지 한층 더 큰 소리를 내어 울면서 할머니에게로 달아나 버린다.

  할머니는 손녀를 품안에 안으시고는 아픈 눈을 가만히 어루만져 주시면서 자장가처럼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는 것이었다.

 “까지야 까치야 네 새끼 물에 빠지면 내가 건져 줄 터이니 우리 민옥이 눈의 티 좀 꺼내어 다오.”

  어린것은 어느 새 울음을 그치고 할머니의 품안에서 쌔근쌔근 잠이 들어 버린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연세가 여든을 넘으셔서 고목(古木) 껍질처럼 마르고 거칠어진 어머니의 손이지만 그 속에는 우리 의사들이 가지지 못한 신비한 어떤 큰 힘이 하나 숨어 있는 것만 같았다.

  옛날에 우리 집은 무척 가난하였기 때문에 우리 형제(兄弟)들은 병이 나도 약 한 첩을 써 보지 못하고 자라났었다.

  우리 형제들이 혹시 병으로 눕게 되면 어머니는 약 대신에 언제나 그 머리맡에 앉으셔서는 저렇게 “까치야 까치야…….”를 외시면서 우리들의 아픈 배나 머리를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어 주셨던

것이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그 아픈 배나 머리가 씻은 듯이 나았던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머니의 손을 약손이라고 불렀었다.

  나는 문득 내 손을 펼쳐 보았다. 진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현대(現代)의 약손이라고 일컫는 의사의 손이다. 그러나 미끈하고 차가운 내 손에는 아무래도 무엇인가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 있는 것만 같았다.

  어린 손녀의 아픈 눈을 어루만져 주고 계신 어머니의 손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 손에서 슈바이처보다도 한층 더 뜨겁고 진한 체온과 정신을 새삼스레 가슴 속 가득히 느꼈다 그리고 고목 껍질 같은 어머니의 손이 오늘따라 자꾸만 모나리자의 손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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