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한다는 건

나를 꺾는 일

나를 꺾어 너에게로

기울게 하는 것

 

네 비록

올곧게 자라옴을

자랑해도

너를 너인 채로

수용하는 것

그리고 기다려 주는 것

 

아아, 우리 진실로

사랑한다는 건

우리 사랑 비록

완전하지 못해도

완성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일

 

날마다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함께 커 가는 일

겸손되이

고개 숙여야만

서로에게

맞닿을 수 있음을

진작에 아는 일

 

손을 들어 비노니

우리 서로

영원한 사랑을 위해

기도하는 일 없기

영원한 사랑은

천국에서나 가능할 일

 

오늘, 여기서

진실되이 사랑하기를

우리 비록

지상에서 안녕을 고할

시간이 올지라도

후회없이

보내줄 수 있기를

 

사랑하는 이여

나 떠나는 날

오직

한 방울의 이슬만

흘려주기를

 

햇빛 받은 이슬 한 방울에

온 세상이 들어 있듯

그대가 나의 우주였음을

딱 하루만

기억해 주기를

 

사랑한다는 건

나를 꺾는 일

나를 꺾어 너에게로

기울게 하는 것

 

스쳐가는 햇빛 한 줄기

목 마를 때 뿌려준

한 방울 물로도

한 생명 커가듯

우리 사랑

그토록 간절했음을

 

어느 쓸쓸한 가을

딱 반나절만

기억해 주기를